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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서울이다
나라와 땅 이름 바로 쓰기와 바로 알리기
ㅡ 서울 이름, 쭝궈 글자로 쓰기에 붙여 ㅡ
우리나라 이름은 '대한민국'이다. 줄여서 '대한'이나 '한국'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온 누리 여러 나라에선 거의 다 '코리아'라 한다. 이름이란 본디 하나일 때가 가장 좋으나 어쩔 수 없이 두세 가지로 부를 수도 있는데 그것이 널리 퍼져서 굳어졌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이름은 '대한민국'이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코리아'라고 부른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가리켜 '대한민국'이나 '코리아'가 아닌 또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나라가 있다. '니혼'에선 '조센'과 '강코쿠'라 하고, '쭝궈'에서 '한궈'라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런 이름은 비엩남에서 '따이한'이라고 부르는 것하고는 바탕이 다르다. '따이한'은 '대한'을 저네 나라 말소리 내는 버릇에 따라 부르는 것이니 우리가 뭐라 할 까닭이 없다.
하지만, '조센'이나 '강코쿠'는 우리나라 이름이 아니다. '조센'은 '조선(朝鮮)'을, '강코쿠'는 '한국(韓國)'을 니혼에서 쓰는 쭝궈 글자 소리대로 읽은 것인데, 우리나라는 '조선'이 아니므로 '조센'은 터무니없고, '강코쿠' 또한 '한국'이나 '대한민국'과 거리가 멀다. 마땅히 바로잡도록 했어야 하는데 '고쳐라'고 말하기는 커녕 아예 옳고 그름을 생각조차 한 적이 없다.
이렇게 된 까닭은 우리나라 이름을 쭝궈 글자로 '韓國(한국)'이라 쓰기 때문이다. 그러니 니혼 사람들은 '강코쿠(韓國)'라 하고 쭝궈 사람들도 '한궈(韓國)이라 부른다. 처음부터 한글로 '대한민국'이나 '대한', '한국'이라고 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터인데 우리 스스로 멍청한 짓을 한 몫으로 그들에게 엉뚱한 이름으로 부르게 했다. 정부에서는 하루바삐 우리나라 이름은 '대한민국'이라고 제대로 알리는 일에 나서야 할 것이다.
'미국'은 '어메리커'를 쭝궈에서 소리나는 대로 쭝궈 글자로 '아미리가 국'이라 쓰고 이를 제 나라 이름짓는 법에 따라 '미국(美國)'으로 줄여서 '메이 궈'라 읽는다. 저들 딴엔 본디 소리를 따서 쓴 것이다. 니혼에서는 이 이름을 그대로 받아들여 '米國(미국)'으로 글자만 바꾸어 쓰다가 전쟁이 끝난 뒤에 이 이름을 버리고 본디 이름 소리대로 '아미리가'라 부르고 '가나 글자'로 적는다. 하지만 우리는 안타깝게도 아직 '미국'이라 하고 있다.
'서울' 이름 또한 마찬가지다. 쭝궈에선 '한청(漢城)'이라 부르고 니혼에선 '게이죠(京城)'라 한다. 그네들이야 저희들 종놈 나라(속국, 식민지)일 때 쓰던, 입에 익은 이름을 쓰고 싶어 할 것이고 그 속에 우리나라를 깔보는 뜻도 들어 있어서 은근히 좋아라 하겠지만, 우리로선 참으로 부끄러운 일인데, 나랏일을 한다는 사람들 누구 하나 이를 바로잡으려고 나선 적이 없는 것은 아마 쭝궈 글자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리라.
그래도, 니혼에선 우리나라에 보내는 편지 겉봉에 주소 따위를 쓸 때만 '경성'이라 하고 그 밖에는 '서우루'라고 옳게 부른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경성'이란 이름을 아무 거리낌없이 쓰고 있다. '경부선, 경부고속도로'나 '경인선, 경의선, 경원선' 따위가 바로 좋은 보기다. '경부선'이라면 곧, '경성-부산' 선이고 '경인선'은 '경성-인천' 선이다. 얼빠진 사람이 아니고선 낯이 뜨거워서라도 이 따위 이름을 쓸 수 없을 것이다.
서울시에서 이번에 '서울'의 쭝궈 글자 이름을 짓는다며 '현상 공모'하고 있다. '서울'과 소리가 비슷하고 '수도'라는 뜻에 알맞고 국제적인 기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쭝궈말 이름으로 짓겠다고 쭝궈어, 국어학, 지명 연구 분야 전문가들로 '쭝궈어 이름 자문 위원회'를 구성한다는데, 참으로 딱하고 이 나라 백성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언젠가 몽골 대사관에서, 저들의 나라 이름은 '몽고'가 아니니 '몽골'로 바로잡아 달라고 해서 우리는 곧바로 '몽골'로 고쳐 부르고 있다. 우리도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 서울 이름은 '한청'이 아니니 '서울'로 바로잡으라고 하면 끝나는 일이고 독립 국가로서 떳떳한 일이다. 줏대가 바로 선 나라, 정신이 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무슨 난리라도 난 듯이 '쭝궈어 이름 자문 위원회'를 구성하는 따위 법석을 떠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서울'을 가리키는 쭝궈말 이름을 짓는 일이라면 '쭝궈'에서 할 일이지 우리가 할 일은 아니다. 같은 값이면 좋은 뜻이 담긴 이름을 우리가 지어서 그들에게 불러 달라고 하고 싶은 뜻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뉴야오(紐約=뉴욕)'나 '룬둔(倫敦=런던)' 따위는 쭝궈 사람들이 '소리나는 대로' 쓴 것이지 다른 뜻은 담겨 있지 않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좋은 이름의 기준은 '수도라는 뜻을 나타내면서 국제적인 기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글자가 아니라 얼마나 '서울'과 소리값이 같으냐 하는 것이 열쇠다. 그런데 쭝궈 글자는 우리가 쓰는 글자와 모양새가 다른 '간체자'이고, 소리마저 서로 다르다. 우리가 쭝궈말 이름을 짓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생각이다. 그 뿐만 아니라 그 생각 바탕에 쭝궈를 대국으로 섬기던 옛날 종살이 버릇이 알게 모르게 배어 있다면 더욱 큰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한 가지 더 걱정스러운 일이 있다. 그러잖아도 몇몇 든사람들과 돈푼이나 만지는 사람들이 통을 짜고서 쭝궈 글자를 섞어 써야 한다고 바람을 일으키는 마당에 '서울'이란 이름에 쭝궈 글자로 이름을 새로 지어 붙인다면 이 일이 빌미가 되어 '서울'을 아예 쭝궈말 이름으로 바꾸려 들지도 모른다. 끝내 오직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는 우리말 땅 이름인 '서울'이 아주 사라지지 않는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88 올림픽 때, '사마란치'라는 분이 와서 '서울'을 '쎄울'이라고 부르자 온 나라 사람들이 덩달아 너도 나도 '쎄울'이라 했다. 대통령을 비롯해서 장관 같은 내로라 하는 난사람(지도층)과 든사람(지식층)들이 앞장서서 부추겼다. 하마터면 '서울'이 '쎄울'로 바뀔 뻔한, 참으로 아찔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서울'이 사라진다는 말은 그냥 해 보는 소리가 아니다.
쭝궈에서 서울을 '한청'이라 부르는 것은 '서울시'에서 저질러놓은 일 때문이라 할 수도 있다. 서울시에서 만든 '쭝궈말 관광지도'에 스스로 '서울'을 '한청(漢城)'이라 써 놓았으니 그들로서는, 말하지는 못할망정 속으로 바라던 바가 아니겠는가? 참으로 딱한 일이다. 앞으로 쭝궈말 '관광지도'를 만들 때는 반드시 땅 이름을 모두 한글로 쓰고 거기에 '만국 음성 기호'나 쭝궈 '발음 기호'를 덧붙여야지 쭝궈 글자를 써서는 안 된다. 땅 이름을 적은 글자의 소리와 부르는 이름이 서로 다른 관광지도는 아무 쓸모가 없으니 만들 까닭도 없다.
서울시에서는 곧바로 '쭝궈어 이름 자문 위원회'와 '쭝궈어 이름 현상 공모'를 거두어 들이고 '우리나라에는 '한청'이란 곳이 없으니 '서울'이라고 불러라'는 공문 한 장을 쭝궈에 보내는 것으로 이번 일은 끝내야 한다. 서울시장은 무엇이 두려워서 이 말 한 마디를 못하는가? 이 참에 서울시에서는 '쭝궈어 이름 자문 위원회' 대신 '서울 땅 이름 바로잡기 위원회'를 만들어서 서울의 땅 이름을 바로잡는 일에 나서라. 서울시 안에 있는 모든 쭝궈말 땅 이름, 조선왜말 땅 이름을 우리말 이름으로 고쳐라. 옛 이름을 찾아내고 새 이름을 만들어서 '대한민국' 서울답게 가꾸어라. 맨 먼저 '경부선, 경인선' 따위 '경성'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에서도 우리나라 이름을 바로 쓰고 알리는 일에 나서라. 우리 겨레로 하여금 나는 '강코쿠'나 '한궈'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게 하라. 이것이야말로 누리 가운데 우리 겨레의 자리높이를 끌어올리는 첫째 가는 일이다. 이어서 나라 안 모든 땅 이름을 우리말로 고치는 일을 펴 나가도록 하라. 더는 쭝궈나 니혼에 기대서도 안 되고 쭝궈 글자에 매달려서도 안 된다. 이것이 문화 국가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다름아닌, 요즘은 한국문화의 역량이 드높아서 치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지만, 만약, 훗날에 이런 흐름이 뒤바뀐다면, 한국의 한자박이들은 얼마든지 "서울"이라는 겨렛말 이름을 "首爾"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온 한국어 역사를 살펴보건데 어디 이러한 한자박이들의 역적질이 한두 번이었던가...
물론, 치나의 한심한 글자체계로는 세계의 어느 땅이름 하나 올바로 부르지 못한다는 것을 백번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한청"보다는 " 서우얼(首爾)이 더 올바른 이름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한자박이들이 어디 그러한 놈들이었던가 말이닷!
이번 일에 놀랍게도 '조선 쯔라시'가 목청을 돋군다. 이번 일은 그 누구도 아닌 그 동안 한글과 겨렛말을 깔보던 한자박이들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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